내일이나 모레 도서관에 가서 이번엔 젊은 작가 시리즈를 쓸어올거다. 민음사 고전을 빼면 시리즈별 탐독의 종착지인데 고전은 아무래도 안 읽을 듯해서 이게 당분간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책을 읽다가 라무네의 맛이 궁금해졌고, 할 말은 하나가 더 있었는데 또 역시나 까먹었다. 아니 생각이 났다! 책에도 피클과 관련된 게 하나 나왔고 나도 오늘 피클을 사왔는데, 저장식품이니만큼 무언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못견뎌하는 나에게 일종의 노출치료로 피클을 먹는 시간을 가져가려고 한다.
반납함 ㅇ분 거리에 산다는 것은 참 대단한 복이다. 나는 취향이 좁고 확실하고 깐깐하다는 등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인데 표지, 작가, 미리보기, 훑기 등의 단계를 모두 거쳐도 실패할 때가 있다. 하지만 빨리 쓱 보고 판단해서 반납해버리면 장땡이므로 부담이 확실히 덜어져서 독서를 훨씬 많이 할 수 있게 됐다. 7모 버스 및 마을버스와 반납함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 남은 1년 반쯤을 잘 즐겨야겠다.
흉터가 남는 것에 연연치 않는 것과 셀프 이발로 비대칭 헤어컷을 지니고 사는 것은 물화되기 쉬운 시대에 나는 존엄성이 있는 생명체라고, 상품이 아니라고 애쓰며 외치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