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st’s room_ 1st(미완, 가제)
두 사람이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다
혜원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실 원래 지하철을 선호했어요. 멀미가 나기도 하고 밖에서 버스를 그냥 기다리기엔 춥잖아요. 버스는 그래도 앉아서 가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퇴근시간에는 그걸 보장할 수 없으니까요. 저는 안 좋아하거든요,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에 걸고 그러는 거. (잠시 숨을 내쉬며 멈춘다) 근데 퇴근시간에 지하철을 타보니까 와... 이거 생각보다 정말 힘든 거 있죠? 생각해보니까 제가 출퇴근길에 막상 지하철을 탔던 적이 드물더라고요. (몸과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이며) 예전에 지하철로 통학했던 기억과 내가 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야한다는 생각이 합쳐져서 스스로가 속았나봐요. 그것처럼요, (그래픽 모션으로 화면 전환) 예를 들어 꿈에서 산처럼 쌓인 서류 더미가 용으로 변했다고 할까요? 그건 꿈을 꿀 때 뇌에서 서류 그리고 용과 관련된 기억이 중첩해서 일어나는 일이라잖아요. (다시 룸으로 화면전환) 저의 경우엔 그 간섭이란게 깨어있을 때 일어났지만요. (몇 초간의 정적)
서령 깨어서 꿈을 꾼 셈이네요. 무엇을 느꼈는지 더 말해보시겠어요?
혜원 일단 저는 20분을 서있는 것보다는 4~50분이라도 앉아있는 걸 낫다고 생각하는 종류의 사람인거에요. 빙 둘러가더라도 안전한 길을 찾는거죠. 그리고 내가 안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은 아는 게 아니었던 거에요. 그러니까 확실히 이전에 해본 게 아니면 몸으로 부딪혀보고 선택해야할 것 같아요. 근데 내가 이전에 해봤다는 것은 어떻게 알죠? 이번 경우처럼 제 착각이면요?
(생략)
저는 제가 흔해빠진 얼그레이가 아니고 취향에 따라 찾는 브랜드의 가향 루이보스 정도였으면 좋겠어요. 특별한데 그렇다고 완전 실패할 옵션도 아닌거죠.